The Forest That Feeds the Fields. Hiraoka Tea Farm.

BEHIND THE SIP

300년의 차 — 히라오카엔

2021년 4월

"5년 전에 심은 묘목이 이렇게 자랐다며 기뻐했어요." 히라오카 씨가 그 말을 전해줬어요.

매년 5월 하순, 첫물차 수확이 막 끝난 무렵.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에서 사야마차를 만드는 히라오카엔(平岡園) 11대째 히라오카 다다히토(平岡忠仁) 씨는 밭에 손님을 초대해 차 따기 체험을 열어요. 5년 전에는 아이들이 밭에 포트묘를 놓으며 차나무를 심었어요. 한 블록에 약 2,000그루가 필요한,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에요. 작은 묘목을 봤던 아이들은 자란 차나무를 보며 무척 기뻤을 거예요.

그 아이들이 자라난 차나무를 보고 놀라워하는 얼굴. 히라오카 씨에게 차 농사란 결국 그런 순간에 대한 것인지도 몰라요.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300년

히라오카 다다히토 씨, 11대째 차 생산자

히라오카엔의 시작은 약 300년 전이에요. 에도 시대 중기에 이루어진 '산토미 개척(三富開拓)'이라 불리는 토지 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산토미란, 사이타마현 이루마군 미요시마치의 가미토미와 도코로자와시의 나카토미·시모토미 지구를 가리키는 이름.

당시 주된 작물은 채소였는데, '게이한(畦畔)'이라 해서 밭과 밭 사이의 둑에 차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채소밭이 띠 모양으로 늘어서고, 한 구획마다 차나무가 한 줄씩. 주인공이 아니라 경계에 있던 나무. 히라오카엔의 차 만들기는 거기서 시작됐어요.

히라오카엔 제다 공장 안쪽의 오래된 도구들

300년이 지난 지금, 차는 더 이상 경계의 작물이 아니에요. 제다 공장 안에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오랜 세월 사용해 온 도구들. 저희가 만나본 생산자분들 가운데서도 3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은 극소수예요. 가고시마에서 차 산업이 본격화된 게 겨우 60년 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히라오카엔이 얼마나 오래된 농원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다다히토 씨가 가업에 들어온 건 19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시즈오카에서 1년간 수련한 뒤 돌아왔어요.

"어릴 때부터, 아마 차 농사를 이어가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 장남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말하는 다다히토 씨. 감상적이지 않은, 삶의 사실 하나를 조용히 받아들인 사람의 말투.

사야마차, 그리고 마무리 배전

사야마 지역에서 천천히 자란 두꺼운 찻잎

일본에는 이런 노래가 있어요. "색은 시즈오카, 향은 우지, 맛은 사야마에서 마무리짓는다." 사야마차는 사이타마현 서부에서 만들어지는 차로, 도쿄에서 가장 가까운 차 산지로 알려져 있어요.

시즈오카나 규슈처럼 온난한 곳에 차 산지가 집중된 일본에서, 사야마는 한참 북쪽에 위치해요. 겨울이 매서운 만큼 새순이 천천히, 양분을 쌓으며 자라요. 그래서 잎에 확실한 두께가 있어요. 남쪽의 찻잎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단단한 잎.

히라오카엔의 차밭, 자원자제자판 전통의 산지

그런데 사야마를 다른 산지와 구별짓는 건 기후만이 아니에요. 독립의 문화예요.

시즈오카나 가고시마 같은 주요 산지에서는 '차쇼(茶商)'라 불리는 차 도매상이 유통을 중개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생산자가 만들고, 차쇼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구조. 그런데 사야마에서는 예로부터 직접 차원을 만들고, 수확하고, 제다하고, 판매까지 하는 '자원자제자판(自園自製自販)' 생산자가 많아요. 중간 과정이 없는 거예요.

히라오카 씨가 직접 관리하는 사야마의 차밭

소량 생산의 사야마차, 지역 밖으로는 귀한 차

그 결과 생산량은 적고, 지역 밖으로 나가는 양도 적어요. 하지만 각 농원의 개성이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전해지는 차.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드는 자유가 있는 대신, 자기 힘으로 팔아야 하는 책임도 있어요.

히라오카엔의 사야마비이레 마무리 배전 설비

그리고 '사야마비이레(狭山火入れ)'가 있어요. 센차 제조 과정에서 수분을 날리고 향을 끌어내기 위해 '히이레(火入れ)'라는 마무리 가열을 하는데, 사야마에서는 이 공정을 보통보다 깊고 길게 가져가요. 강하게 열을 가함으로써 구수하면서도 힘 있는 배전향이 더해지고, 찻잎 속에 잠들어 있던 단맛이 완전히 끌려 나와요. 히이레의 방법과 강도는 생산자마다 달라요. 힘 있는 배전향과 차의 단맛이 특징이에요.

이 히이레는 사야마차의 맛을 만드는 큰 특징 중 하나예요.

밭 옆의 숲이 있는 이유

"여기까지 오셨으니, 밭 한번 보시겠어요?"

다다히토 씨의 안내를 따라 저는 차밭을 향했어요. 그런데 밭에 닿기 전에, 넓은 숲을 지나야 했어요. 느티나무와 삼나무가 높이 자라 머리 위로 녹음을 이루고 있는 숲. 우연히 자란 게 아니에요. 에도 시대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심어졌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히라오카엔의 느티나무 숲

매년 가을, 낙엽을 모아 퇴비를 만들어요. 그 퇴비가 차밭에 양분을 돌려줘요. 숲에서 흙으로, 흙에서 차로. 계절마다 반복되는 순환이 300년째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낙엽 퇴비, 300년된 순환 농업

이 근처가 처음 개척될 때는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었어요. 방풍림과 낙엽 퇴비로 농사에 맞는 땅을 만들었어요.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순환형 농업이에요.

숲은 퇴비를 공급하고, 밭의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10품종, 그리고 7년을 들인 우롱차

히라오카엔 2.5ha 찻밭의 다양한 품종

히라오카엔에서는 야부키타, 사야마카오리, 하루미도리, 호쿠메이, 무사시카오리를 중심으로 약 10종의 품종을 2.5ha의 밭에서 재배하고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무사시카오리(むさしかおり)'로 만든 우롱차예요. 7년간 개발한 뒤 2020년에 출시했어요. 과일 같은 향이 매력적인 차예요.

무사시카오리 우롱차, 7년의 개발 끝에 완성

우롱차 외에도, 여러 품종으로 싱글 오리진 홍차를 만들고, 같은 품종을 노지 재배와 피복 재배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키우기도 해요. 새로움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에요. 호기심을 방법론으로 삼아, 수년에 걸쳐 적용하는 사람.

손님의 얼굴이 보이니까

히라오카 씨의 SNS, 드론 영상과 블렌딩

차쇼가 없으니, 손님은 자기 힘으로 찾아야 해요. 히라오카 씨는 일찍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드론으로 찍은 차밭 영상, 정지 작업의 풍경, 센차를 블렌딩하는 과정.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차의 뒷모습을 담담하게 올리는 게 이어져요. 꾸미지 않고 일상을 그냥 보여주는 것에 가까운. 그래서 오히려 가깝게 느껴지는 거예요.

밭에는 매장도 함께 있어요. 저희가 방문한 날에도 단골손님이 차를 사러 들른, 일상적인 풍경.

히라오카엔 매장을 찾아온 단골손님

손님에게 차를 건네는 히라오카 씨

"손님의 얼굴이 보이니까 계속할 수 있는 거예요." 히라오카 씨가 웃으며 말해요. 거창한 사명도, 선언도 아닌. 자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실재하고, 닿을 수 있고, 기뻐해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표정.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히라오카 다다히토 씨

저희도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차 감상을 정기적으로 생산자분들께 전하고 있어요. 늘 기뻐해 주세요. 평소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생산자에게는 이런 감상이 큰 격려가 되겠지요.

도코로자와, 300년의 깊이

도코로자와의 히라오카엔은 차밭과 퇴비를 공급하는 숲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제다 공장 안의 오래된 도구에서 농원의 긴 역사를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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