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가고시마 공항을 향해 고도를 낮추자, 눈 아래로 찻밭이 보이기 시작해요. 짙은 초록의 줄무늬가 산비탈을 따라 겹겹이 이어져요. 그중 하나가 아리무라(有村) 씨네 밭이에요. 활주로에서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늘도 3대가 나란히 서서 찻잎을 돌보고 있었어요.
기리시마(霧島)는 다카치호봉(高千穂峰) 기슭에 자리한 산간 지역이에요. 일본 신화에서 신이 처음 땅에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봉우리. 지명의 뜻은 "안개 자욱한 바다에 떠 있는 섬." 비유가 아니에요. 아침마다 안개가 골짜기를 메우고, 찻잎 위에 수분을 남긴 뒤 해가 천천히 걷어내요.
저희가 계속 돌아오게 되는 가고시마의 차 농가. 트로피 때문이 아니라, 잔에 담긴 맛 때문이에요.
안개 자욱한 바다에 떠 있는 섬

가고시마 차라고 하면 대부분 미나미큐슈시를 떠올려요. 드넓은 평야, 온화한 겨울, 시장에서 높은 값을 받는 이른 수확이 있는 곳이에요. 기리시마는 전혀 다른 세계예요.
냉량한 기후에 일교차가 심해요.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햇빛을 걸러주고, 새싹에 수분을 먹여요. 인공 차광막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든 그늘이에요. 이곳에서 자라는 차에는 평야의 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향이 깃들어 있어요.
아리무라 씨의 밭 위쪽 길에서 제가 내려다보니, 안개가 골짜기에 물처럼 고여 있었어요. 오전이 되자 걷혔지만, 잎에는 아직 희미한 습기가 남아 있었고요. 공기에서 풀 냄새가 났어요 — 풋풋하면서도 흙의 광물질 같은, 아직 마르지 않은 땅의 냄새.

아리무라 씨의 밭은 해발 약 270미터. 한겨울 최저 기온은 영하 4도, 해에 따라서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져요. 흔히 상상하는 남국 가고시마와는 정반대예요.
첫물차 수확은 아래쪽 평야보다 2~3주 늦어요. 이른 출하일수록 높은 값이 붙는 차 시장에서, 3주의 차이는 결정적이에요. 속도로는 이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리무라 씨네 가족은 다른 길을 택했어요 — 늦게 나갈 수밖에 없다면,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차를 만들겠다고.
수십 년 전의 그 선택이, 일본 전국 품평회 최고상을 네 번이나 안긴 이유예요.
네 번 빛난 일본 제일의 차

전국 차 품평회. 일본 전역에서 자신 있는 차를 보내오는 대회예요. 센차 10kg 부문에만 매년 100점 이상이 출품돼요. 아리무라 제다(有村製茶)는 이 대회 최고상인 농림수산대신상을 1999년, 2011년, 2016년, 2019년 — 네 차례 수상했어요.
물론 품평회가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차를 상대로 네 번이나 정상에 선다는 건,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에요.

다이조사이(大嘗祭) — 일왕 즉위 시 단 한 번 열리는 의식 — 에 차를 헌상하기도 했고, 파리에서 열린 녹차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어요. 기록은 화려해요. 하지만 저에게 가장 강하게 남은 건 상장이 아니라, 처음 한 모금이었어요.
70년, 3대의 시간
아리무라 제다는 가족 경영이에요. 2대째 유키오(幸男) 씨, 3대째 고지(幸二) 씨, 4대째 유키료(幸凌) 씨. 저희가 방문했을 때 유키료 씨는 차 만들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생산자였어요.
"공장을 시작한 게 1953년이니까, 이제 70년쯤 됐지. 초대가 공장 세운 해에 돌아가셔서, 16살 때부터 차 일을 이어왔어."
유키오 씨는 저희가 만났을 때 85세(2021년 기준). 여전히 밭에 나와 일하고 있었어요. 16세에서 85세까지. 거의 70번의 수확이에요.

수십 년간 혼자 밭을 꾸려온 유키오 씨에게, 대학을 졸업한 고지 씨가 합류했어요. 저희 방문 3년 전에는 농업대학을 나온 유키료 씨도 가세했고요. 세 사람, 3대, 같은 밭이에요.
시대는 바뀌었어요. 시장 구조도, 가공 기술도, 소비자의 입맛도. 하지만 "향이 좋고 맛있는 차를 만든다"는 초대의 가르침은 70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셋이 나란히 일하는 모습에는 군더더기 없는 호흡이 있었어요. 유키오 씨가 어깨 너머로 한마디 던지면 — 반은 지시, 반은 추억 — 고지 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끄덕였어요. 유키료 씨는 조용히 둘 사이를 오가며 귀를 기울이고요. 아무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어요. 그럴 필요가 없는 사이.
안개와 차광이 빚어내는 감칠맛

제가 아리무라 씨의 차를 처음 마셨을 때, 두 가지에 멈칫했어요. 감칠맛 — 진하고, 농축된 맛이 입에 닿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예상 밖의 향의 깊이.
그 감칠맛은 두 가지 힘이 함께 만들어낸 거예요. 안개 자체가 천연 커튼 역할을 해서, 햇빛을 부드럽게 걸러주며 찻잎의 아미노산 생성을 촉진해요. 거기에 수확 전 차광막을 씌우는 '가부세'(被せ) 재배를 더해, 안개가 이미 시작한 것을 한층 깊게 끌어올려요.
그리고 향. 품종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어요. 사에아카리의 밤 같은 달콤한 향, 오쿠미도리의 시원하고 깔끔한 향, 사에미도리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풋잎의 감미. 이것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건 '히카'(火香) — 마지막 불 입히기 과정에서 끌어낸 배전향이에요. 품종의 개성과 불의 마무리가 맞물리는 그 균형은, 아리무라 제다만의 향.
저는 두 번째 잔을 따르고 식혀봤어요. 온도가 내려가자 향이 달라졌어요. 고소한 배전향은 뒤로 물러나고, 그 아래 숨어 있던 달콤하고 거의 꽃 같은 무언가가 올라왔어요. 탕색은 연한 황금빛이었어요. 짙게 차광한 잎에서 나온 것치고는 밝았고요. 혀 위에서 묵직한 질감이 느껴지다가, 깔끔하고 긴 여운으로 빠졌어요.
"찻잎이 가진 맛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

"차라는 게, 잎이 100을 가지고 있어도 공장에서 120이 되진 않거든. 100을 100 그대로 살릴 수 있으면 최고인데, 아무래도 떨어지게 돼 있어. 잎이 가진 걸 잃지 않으면서 얼마나 깨끗한 차를 만드느냐, 그게 그 집의 기술이고 실력이지. 그걸 위해서 오랜 시간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장인의 길 아닐까 싶어."
고지 씨는 담담하게 말했어요. 오래 생각해온 사람한테서만 나올 수 있는 말투였어요.
아리무라 제다의 차는 대부분 '주무시'(中蒸し) — 중(中)증제로 만들어요. 기리시마는 원래 비교적 얕은 증제의 산지예요. 중증제는 의도적인 선택이에요.

증제 시간을 길게 잡으면 떫은맛은 줄고 색은 선명해지지만, 본래의 향은 날아가요. 반대로 짧게 쪄내면 향은 살아 있지만 떫은맛이 강해지고, 새순을 아주 어리고 부드러운 상태에서 따야 하는 어려움이 따라요. 중증제는 그 사이에서 아리무라 씨네 가족이 찾아낸 균형점이에요. 쓴맛을 둥글게 다듬되, 안개와 고도가 만들어준 것까지 지워버리지 않는 선.
기리시마의 찻잎은 서늘하고 습한 공기 속에서 천천히 자라요. 공장에 도착할 때 이미 부드럽고 여린 상태예요. 심증제(深蒸し)를 할 이유가 없어요 — 산이 몇 달에 걸쳐 쌓아올린 맛을 벗겨내는 꼴이 되니까요.

"차 만드는 건 매년이 공부야. 수십 년을 쌓아와서, 실패도 많이 했지. 한 번 한 실패는 절대 반복 안 해. 실패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안 하려고. 그러면서도 배워. 결국 그게 전부야."
1년에 한 번뿐인 첫물차. 20년을 만들어도 기회는 고작 20번. 그 적은 횟수 안에서 시행착오를 쌓고, 그렇게 다듬어진 기술이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다시 그 자식에게 이어져요.
저희가 방문했을 때 차 만들기 3년 차였던 유키료 씨. 밭에서 찾아갈 미래를 저희도 함께 지켜보고 싶어요.

위로, 그리고 조금의 행복
떠나기 전, 저는 아리무라 제다가 궁극적으로 어떤 차를 만들고 싶은지 물어봤어요.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차를 만들지 않으면, 남도 맛있다고 생각 안 해. 이 바쁜 시대에 한 잔 마시고 후 — 하고 숨을 내쉴 수 있는. 잠깐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차를 만드는 게 내가 가고 있는 곳이야."
나중에야 알아챈 것이 하나 있어요. 유키오(幸男). 고지(幸二). 유키료(幸凌). 아리무라 씨네 가족의 이름에는 모두 '幸' — 행복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어요.
그리고 이름 그대로, 이 집의 차에는 그것에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어요. 작은 위로. 너무 빨리 지나가는 하루 속 조용한 한순간.
70년의 정성이 한 잔에 담기면 어떤 맛일까. 선언이 아니라 숨결. 앉아서, 마시고, 온기가 스미는 동안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런 쉼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