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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자기'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미술품처럼 섬세한 그림이 더해진 것, 붉은색과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 윤기와 광택이 돋보이는 것까지 도자기의 모습은 참 다양합니다. 그중에는 그림을 입히지 않고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소박한 도자기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비젠야키란?

비젠야키는 오카야마현 비젠시에서 만들어지는 도기입니다. 도코나메야키세토야키탄바야키시가라키야키에치젠야키와 함께 일본 육고요로 꼽히며, 그 역사는 무려 1,000년이 넘습니다.

오늘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일본 도자기 가운데서도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비젠야키를 소개해 드립니다.

특징

비젠야키는 독특한 제작 방식에서 비롯된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박한 외관

비젠야키는 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유약도 바르지 않은 채 그대로 구워내기 때문에 재료인 흙 자체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도자기입니다.

선명한 색채나 화려한 문양은 없지만, 흙의 상태와 그날의 기온 및 습도, 사용하는 숯과 재 등의 조건에 따라 형태와 구워진 빛깔이 하나하나 달라져 세상에 똑같은 것이 둘은 없습니다.

결코 화려한 도자기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드러난 재료의 색감은 볼수록 깊은 멋이 느껴지고 오래 써도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강도가 높고 튼튼함

비젠야키는 약 2주에 걸쳐 1200도~1300도의 고온에서 단단하게 구워 강도가 높아,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강도가 필요한 절구그릇, 항아리, 물을 저장하는 큰 독 같은 물건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차 맛을 더 좋게 함

유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도자기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이 차의 불필요한 불순물을 흡착해 잡맛이 적고 깔끔한 차로 완성된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비젠야키는 철분이 많은 흙을 고온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원적외선 효과가 높아 물 자체의 맛도 좋아진다고 전해집니다.

꽃이 오래 감

표면의 작은 구멍으로 공기가 드나들어 통기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비젠야키 화병에 꽂은 꽃은 오래 간다고 알려져 소중히 쓰이고 있습니다.

비젠야키의 역사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비젠야키의 뿌리는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젠야키가 탄생한 헤이안 시대

비젠야키는 고분 시대에 한반도에서 전해져 생산되던 스에키가 변화를 거쳐 탄생한 것입니다. 스에키는 오늘날의 비젠야키처럼 강도가 높고 잘 깨지지 않았기 때문에, 헤이안 시대 말기에는 튼튼한 생활용품으로 서민들에게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후 스에키는 일본 각지에서 발전해 나갔고, 그중 하나가 비젠야키입니다.

가마쿠라 시대부터는 점차 지금의 비젠야키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와비차와 함께 융성기를 맞은 무로마치 시대

와비차, 즉 오늘날 다도의 바탕이 발전한 시대였습니다. 소박한 비젠야키는 다도의 미의식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여겨져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중기에 이르기까지, 다도의 발전과 함께 비젠야키도 융성기를 맞이합니다.

위기를 맞은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

다도계에서 선호하는 다기가 바뀌고 화려한 도자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비젠야키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도 비젠야키는 계속 쇠퇴하는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부활을 이룬 쇼와 시대부터 현재까지

한때 줄곧 쇠퇴하던 비젠야키는 가네시게 도요가 인간문화재로 선정되고, 비젠야키가 국가 전통공예품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는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절제된 일본적 아름다움과 소박한 작품성이 높이 평가되며,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