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라고 한마디로 말해도 여러 소재가 쓰이고, 그에 따라 차의 맛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자기·도기·석기·유리·금속 등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으며, 소재 선택이 차를 즐기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소재의 종류
구운 그릇이라 하면 '도기'와 '자기'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여러 소재가 있습니다.
자기

자기는 하얗고 반투명하며 표면 결이 고운, 매끈한 촉감의 도자기입니다.
자기의 원료가 되는 흙에 많이 들어 있는 장석과 규석은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결정화되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어, 도기보다 튼튼함을 유지한 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흡수성이 없어 색이나 얼룩이 잘 배지 않아 일상에서 쓰는 식기에도 널리 쓰입니다.
대표적인 자기 산지로는 아리타야키와 구타니야키가 있으며, 해외 브랜드로는 마이센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링크: 다기 | 자기
도기

도기는 도토(陶土)라는 점토를 빚어 만드는, 이른바 '흙으로 만든 그릇'으로 다도의 찻사발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도기는 낮은 온도에서 소성하므로 원료끼리의 결합이 비교적 약해, 자기에 비하면 깨지기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잘 깨지지 않도록 두껍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열이 천천히 전달되어 우린 차가 쉽게 식지 않고 오랫동안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도기는 긴 차의 역사 속에서 특히 많은 명품 다기를 낳았습니다.
관련 링크: 다기 | 도기
석기

석기(炻器)의 원료는 돌입니다. 암석을 부숴 만든 가루와 점토를 섞어 빚는, 도기와 자기의 중간에 놓인 도자기입니다. 두드리면 자기에 가까운 맑은 소리가 나지만, 도기와 달리 흡수성도 투광성도 없습니다.
겉모습은 오히려 도기에 가깝고, 일본 특유의 소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지닙니다.
도기나 자기만큼 널리 알려진 소재는 아니지만 석기로 만든 그릇은 많습니다. 장작 재가 녹아 생기는 자연유가 특징인 에치젠야키, 너구리 조형물로 유명한 시가라키야키, 급수 점유율 일본 1위로 알려진 도코나메야키도 모두 석기입니다.
관련 링크: 다기 | 석기
유리

규사, 붕사, 붕산 같은 광물로 만들며, 내열유리가 사용됩니다.
유리 다기는 용도가 넓어 녹차는 물론 홍차나 중국차를 우릴 때도 두루 잘 어울립니다. 특히 중국차의 한 종류인 화차를 우리는 때에는 뜨거운 물 속에서 조금씩 펼쳐지고 우아하게 흔들리는 찻잎을 바라볼 수 있어, 마시기 전부터 차의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유리 다기는 손질과 사용이 간편해 차를 처음 접하는 분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다도용 찻사발이라고 하면 도자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여름이 되면 입으로 불어 하나씩 만든 아름다운 유리 찻사발도 자주 보입니다.
금속
일반적인 원료로는 철·스테인리스·구리·알루미늄 등이 있습니다.
차에 쓰는 물을 끓이는 주전자나 차를 우릴 때 쓰는 거름망 등에 쓰이며, 다기 소재로는 금속 가운데서도 구리가 자주 쓰입니다.
구리는 습도를 조절하는 성질이 있어, 구리 차통에 넣어 둔 찻잎은 풍미가 오래 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재에 따른 맛의 차이
차는 섬세한 음료라 소재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자기와 유리는 흡수성이 없어 향과 성분이 달라붙기 어려워, 차가 지닌 맛과 향을 곧게 드러내 줍니다.
반대로 도기는 흡수성이 높아 다기가 여분의 성분이나 떫은맛을 흡착해, 잡미를 덜고 한결 깔끔한 맛으로 정돈해 줍니다.
자기와 도기의 성질을 함께 지닌 석기는 떫은맛의 바탕이 되는 타닌을 흡착해 줍니다. 그래서 떫은맛이 적고 부드러운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구리는 구리 이온이 수돗물에 들어 있는 잡미를 분해해 물맛 자체를 한결 부드럽게 해 주고, 열전도성도 뛰어나 차가 더 빨리 우러나므로 떫은맛은 적고 단맛과 향이 풍부한 차를 우리기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