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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에 쇼닌은 뛰어난 승려로 큰 업적을 남긴 한편, 교토 도가노의 차 재배 기반을 닦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생애와 차와의 인연을 차분히 살펴봅니다.

승려 묘에 쇼닌

묘에 쇼닌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불문에 들어가 화엄종과 진언밀교 등을 차례로 익히며 장래가 기대되던 승려였습니다. 34세 때는 고토바 상황에게서 교토 도가노의 땅을 하사받아 고잔지를 엽니다. 묘에 쇼닌은 종파에 매이는 것보다 부처가 설한 계율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를 몸소 실천했습니다. 또한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처럼 약한 처지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그런 모습에 감명을 받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수행에 힘썼고, 59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토 차의 시조 묘에 쇼닌

에이사이와의 만남

종파에 얽매이지 않고 대승불교를 익히던 묘에 쇼닌은 선을 배우기 위해 에이사이를 찾아갑니다. 그때 에이사이는 선뿐 아니라 중국에서 배운 '차'에 대해서도 묘에 쇼닌에게 전했습니다. 선 수행에서 차를 활용하는 법, 차의 효용, 재배법, 재배에 알맞은 땅까지 자신이 익힌 차에 관한 지식을 전하며 차를 마실 것을 권했습니다. 참고로 이 시대의 차는 점다법으로 마셨습니다. 오늘날의 말차처럼 돌절구에 갈아 가루로 만든 차를 차선으로 휘저어 마시는 방식입니다.

에이사이가 보낸 차 종자

교토 도가노로 돌아온 묘에 쇼닌에게 에이사이로부터 아야노카키헤타차쓰보(漢柿蔕茶壺)에 담긴 차 종자가 도착합니다. 묘에 쇼닌은 곧바로 차 재배를 시작하는 한편, 수행에 힘쓰는 승려들에게도 차의 효용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를 널리 퍼뜨렸습니다.

한 알의 씨앗에서 차밭으로

묘에 쇼닌이 시작한 도가노의 차 재배는 이후 약 2세기에 걸쳐 번성하게 됩니다. 도가노는 차 재배에 알맞은 땅이었기에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품질이 워낙 뛰어나 도가노산 차를 '혼차(本茶)', 그 밖의 산지 차를 '히차(非茶)'라 부를 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고잔지에서는 묘에 쇼닌의 공덕에 감사하며 신차를 올리는 '헌다식'이 해마다 11월에 열립니다.

도가노에서 우지로

에이사이에게 차 재배에 알맞은 땅과 기후를 배운 묘에 쇼닌은, 차 재배를 우지로도 넓혀 갔습니다. 「새벽녘, 우지의 강안개가 드문드문 걷히며 여울의 말뚝이 모습을 드러낸다」라는 노래가 말하듯, 강안개가 피어오르고 서늘한 기후의 우지는 차 재배에 알맞은 땅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 판단은 옳았고, 뒤에 우지의 차는 '천하제일의 차'로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우지의 만푸쿠지 산문에는 「도가노 산등성이의 차나무를 나누어 심었으니, 말발굽 자국을 따라 뒤이어 자라리」라고 새겨진 비석이 있습니다. 도가노에서 기른 차나무를 나눠 받은 우지 사람들이 심는 법을 몰라 망설이자, 묘에 쇼닌이 말을 탄 채 밭으로 들어가 그 발자국을 따라 차나무를 심으라고 일렀다는 일화가 노래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차십덕

묘에 쇼닌은 차를 끓이는 가마의 옆면에 '차십덕'이라 불리는 차의 열 가지 효용을 새겼습니다.

하늘의 가호

깊이 뿌리내리고 사계절 내내 푸름을 지키는 차의 생명력이 마시는 이를 지켜 준다고 여겼습니다.

무병식재

차를 마시면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

차의 깊은 맛이 마음을 가다듬고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키운다고 여겼습니다.

벗과의 화합

차를 함께 마시는 습관이 가까운 사이의 대화를 낳고 관계를 깊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마를 물리침

차의 성분이 심신의 피로를 덜고, 마음의 망설임까지 걷어낸다고 여겼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음

차를 마시는 예절과 작법에는 정신을 닦는 힘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졸음을 물리침

차가 졸음을 쫓아 준다고 여겼습니다.

번뇌의 소멸

차를 마시면 번뇌가 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오장의 조화

차를 마시면 몸속 장부의 상태가 고르게 정돈된다고 여겼습니다.

임종에도 흐트러지지 않음

차를 마시는 이는 몸과 마음이 함께 가다듬어져,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오늘날에도 알려진 차의 각성 효과와 마음을 가라앉히는 성질이 당시에도 인식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황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은 묘에 쇼닌의 인품에 차의 효용이 영향을 주었다고, 묘에 쇼닌 자신도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 차를 지금보다 조금 더 들이며, 차가 지닌 열 가지 은혜를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