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차가운 차는 참 맛있습니다.
깊은 풍미와 깔끔함이 어우러진 맛은 목을 적셔줄 뿐 아니라 기분까지 산뜻하게 해 줍니다. 콜드브루와 얼음 우림으로 만든 녹차는 같은 찻잎이라도 뜨거운 물로 우렸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콜드브루와 얼음 우림으로 맛이 달라지는 이유

차의 맛을 좌우하는 성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감칠맛과 단맛을 만드는 테아닌(아미노산), 떫은맛과 쓴맛을 만드는 카테킨, 그리고 각성 작용으로 알려진 카페인입니다.
일반적으로 테아닌은 낮은 온도에서도 물에 잘 녹아 나오는 반면, 카테킨과 카페인은 60℃ 이상에서야 보다 효율적으로 추출됩니다. 즉 차가운 물로 우리면 감칠맛과 단맛은 잘 살아나고, 떫은맛과 쓴맛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콜드브루 차가 자연스럽게 순하고 둥글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런 온도와 성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온도와 맛의 관계는 차와 온도의 관계에서도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얼음 우림은 콜드브루보다도 온도가 더 낮아 테아닌의 비중이 한층 높아지고, 진한 감칠맛과 깊은 풍미가 도드라집니다. 색 변화도 적어서 시간이 지나도 맑은 초록빛을 비교적 오래 유지합니다. 카페인도 크게 줄어드는 편이라, 잠들기 전 한 잔으로 고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콜드브루 하는 법

콜드브루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차가운 물 준비하기
물은 수돗물을 그대로 쓰기보다 한 번 끓였다가 식힌 물, 미네랄워터, 정수한 물을 권합니다. 연수와 경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일본의 수돗물처럼 연수인 물은 콜드브루에 잘 어울립니다.
차 팩 준비하기
차 1리터 기준으로 찻잎 10~15g을 준비해 차 팩에 담습니다. 큰술 1스푼이 대략 5g 정도입니다. 차 팩이 없다면 찻잎을 바로 냉수 포트에 넣어도 괜찮습니다. 따를 때 차 거름망을 쓰면 한결 편합니다.
냉수 포트에서 차 만들기

차 팩을 냉수 포트에 넣고 차가운 물을 부어 주세요. 냉장고에 넣고 3~6시간 기다리면 완성됩니다. 추출이 끝난 뒤 찻잎을 꺼내 두면 떫은맛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얼음 우림 하는 법
콜드브루보다 단맛과 감칠맛이 한층 더 또렷하게 살아나는 방식이 얼음 우림입니다. 천천히 녹는 얼음이 시간을 들여 테아닌을 충분히 끌어내 줍니다.
얼음 준비하기
1리터 분량의 얼음을 준비합니다.
찻잎을 냉수 포트에 넣기
찻잎 15~20g(큰술 3~4스푼)을 냉수 포트 바닥에 넓게 펴지도록 담습니다. 찻잎이 고르게 퍼져 있을수록 성분이 추출되기 쉽습니다.
얼음을 넣고 녹을 때까지 기다리기
찻잎 위로 얼음을 넣고, 모두 녹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일수록 감칠맛 성분이 차분하게 우러납니다.
마시기 전에 가볍게 흔들기
얼음이 다 녹으면 완성입니다. 컵에 따르기 전에 포트를 부드럽게 흔들어 주면 바닥에 가라앉은 성분이 고르게 섞여 맛의 균형과 찻물의 색이 한층 정돈됩니다. 급수나 다관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콜드브루에 잘 어울리는 찻잎
어떤 차 종류로도 콜드브루는 가능하지만, 차종에 따라 맛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센차는 콜드브루의 대표적인 선택입니다. 깔끔한 단맛과 산뜻한 푸른 향이 잘 살아납니다. 심증 센차라면 한층 깊은 풍미로 마무리됩니다. 얼음 우림으로 즐긴다면 교쿠로를 권합니다. 차광재배로 테아닌이 풍부한 교쿠로는 얼음 우림으로 만들면 진한 감칠맛이 특히 잘 드러납니다.
호지차를 콜드브루로 우리면 볶은 향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목넘김도 깔끔해집니다. 여름철 식사와도 잘 어울립니다. 현미차는 볶은 쌀의 향이 차갑게 마셔도 편안하게 느껴져 아이들에게도 인기 있는 한 잔입니다.
보관과 주의할 점
콜드브루 차에는 보존료가 들어 있지 않으므로 냉장 보관 기준으로 48시간 안에 마시는 것을 권합니다. 찻잎을 그대로 두면 떫은맛이 점점 올라오므로, 추출이 끝나면 꺼내 주세요. 콜드브루에 사용한 찻잎은 새 물을 더해 두 번째 우림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맛은 조금 가벼워지지만 은은한 단맛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6월부터 9월까지는 냉장고에 콜드브루 포트를 늘 준비해 둡니다. 센차 한 줌에 차가운 물을 붓고 하룻밤 두면, 다음 날 아침 첫 한 모금이 여름의 작은 일상이 됩니다.
